계절마다 즐기는 제철회 종류와 맛있게 먹는 법
봄의 시작을 알리는 도다리와 숭어
입춘이 지나고 수온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는 3월부터 5월까지는 횟감의 선택지가 넓어집니다.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어종은 단연 도다리입니다.
흔히 '봄 도다리'라고 부르며 쑥을 넣고 끓인 도다리 쑥국으로 유명하지만, 살이 단단하게 올라온 도다리는 회로 떴을 때 특유의 찰진 식감이 일품입니다. 이때 살점의 탄력이 가장 좋기에 얇게 썰기보다는 약간 두툼하게 썰어 씹는 맛을 살리는 게 좋습니다.
숭어 또한 봄철 별미입니다. 특히 보리밭에 보리가 필 무렵 잡히는 보리숭어는 흙냄새가 거의 없고 살이 달큰합니다. 숭어는 일반적인 흰 살 생선보다 붉은 빛을 띠는 혈합육이 매력적인데, 이 부위가 포함된 껍질 부근을 마스카와(껍질째 살짝 데치는 방식)하면 껍질의 고소함과 살의 담백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제철회는 생선의 산란기 전후 지방 함량이 가장 높을 때 먹어야 최상의 풍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봄에는 도다리와 숭어, 여름에는 민어와 농어, 가을에는 전어와 고등어, 겨울에는 방어와 감성돔이 대표적입니다. 식감과 풍미를 극대화하려면 숙성 시간과 부위별 손질법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여름철 보양을 책임지는 민어와 농어
기온이 오르는 6월부터 8월은 생선의 활동량이 많아지며 살이 찌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어종은 단연 민어입니다.
민어는 덩치가 크기 때문에 부위별로 맛의 차이가 극명합니다. 특히 부레는 별미 중의 별미로, 쫄깃하면서도 씹을수록 진한 고소함이 배어 나옵니다.
뱃살은 기름기가 풍부하여 와사비보다는 살짝 데친 미나리와 곁들이는 조합이 훌륭합니다.
농어는 여름철 대표적인 흰 살 생선입니다. 6월에서 8월 사이의 농어는 살이 단단하고 깨끗한 맛을 냅니다.
특히 '여름 농어는 처자식도 안 주고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영양가가 높습니다. 농어는 뼈가 굵고 살이 많아 횟감으로 뜰 때 뼈 근처의 살까지 알뜰하게 발라내는 기술이 맛을 좌우합니다.
옅은 간장 소스에 살짝 찍어 본연의 단맛을 즐겨보시길 권합니다.
가을의 진미 전어와 고등어의 고소함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부터 11월은 생선에 지방이 극도로 오르는 시기입니다. 가을 전어는 구이로도 유명하지만, 뼈째 썰어내는 세꼬시 형태로 먹을 때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뼈의 오독함과 지방의 고소함이 어우러지며, 이때는 된장과 마늘을 섞은 양념장에 찍어 먹는 것이 전어의 비린 향을 잡고 풍미를 극대화하는 방법입니다.
고등어회는 산지 직송이 아니면 맛보기 힘든 귀한 횟감입니다. 가을 고등어는 지방 함량이 20%를 상회할 정도로 높습니다.
신선한 고등어회는 은빛 광택이 선명하며 살이 무르지 않습니다. 비린내에 민감하다면 조미 김에 밥을 얹고 고등어 한 점과 양파 절임을 올려 먹는 방식이 가장 대중적이고 만족도가 높습니다.
겨울의 왕 방어와 감성돔의 깊은 풍미
12월부터 2월은 대방어의 계절입니다. 무게가 10kg 이상 나가는 대방어는 부위마다 식감이 소고기 못지않게 다양합니다.
기름기가 많은 뱃살과 사잇살은 김에 싸 먹거나 백김치를 곁들이면 지방의 느끼함은 줄어들고 감칠맛은 배가 됩니다. 대방어는 숙성할수록 살의 단단함은 줄어들지만 풍미가 깊어지므로, 구매 후 2~3시간 정도 냉장 숙성하여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겨울 감성돔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감성돔은 사계절 내내 맛이 좋지만, 겨울철에는 살에 기름이 올라 훨씬 부드럽고 찰진 식감을 냅니다.
일반적인 횟감보다 훨씬 쫄깃한 탄력을 지니고 있어 얇게 포를 뜨듯 썰어내야 입안에서 감도는 풍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묵은지를 씻어내어 곁들이면 겨울 생선의 진한 맛이 더욱 돋보입니다.
횟감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세 가지 원칙
첫째, 활어와 숙성회의 차이를 이해해야 합니다. 식감을 중시한다면 갓 잡은 활어를 선호하겠지만, 생선 본연의 감칠맛인 이노신산은 사후 강직이 풀리는 4~6시간 정도 숙성했을 때 최고조에 달합니다. 돔이나 광어 같은 흰 살 생선은 2~4시간의 짧은 숙성이, 방어나 고등어는 적절한 냉장 숙성이 풍미를 올리는 열쇠입니다.
둘째, 회의 두께를 고려해야 합니다. 지방이 많은 어종은 두껍게 썰어야 기름기의 고소함을 제대로 느낄 수 있고, 살이 단단한 어종은 너무 두꺼우면 씹기 힘들 수 있으므로 3~5mm 정도의 적정 두께를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간장과 와사비의 조화입니다. 간장은 회의 단맛을 끌어올리는 도구입니다.
와사비를 간장에 풀지 말고 회 위에 직접 올려 간장을 살짝 찍어 먹어야 와사비의 향이 날아가지 않고 생선의 맛과 조화롭게 섞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