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씻지 않고 볶는 정통의 시작
스페인 빠에야 도전을 결심했다면 가장 먼저 쌀에 대한 고정관념부터 버려야 합니다. 한국식 밥짓기와 달리 빠에야는 쌀을 씻지 않고 그대로 기름에 볶아 조리합니다.
쌀알 겉면에 묻은 전분이 육수를 흡수하면서도 개별적인 식감을 유지하게 만드는 필수 과정입니다. 올리브유를 넉넉히 두른 팬에 마늘과 양파, 그리고 취향에 따른 육류나 해산물을 먼저 볶아 향을 냅니다.
이때 불은 중불을 유지하며 재료 본연의 풍미가 기름에 충분히 녹아들도록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후 쌀을 넣고 반투명해질 때까지 2~3분간 충분히 볶아내면 육수를 넣었을 때 쌀이 툭 터지지 않고 쫄깃한 심지를 유지합니다.
스페인 빠에야 도전의 핵심은 쌀을 씻지 않고 팬에 직접 볶아 전분을 살리는 과정과 '소카라트'라 불리는 바닥의 누룽지를 만드는 화력 조절입니다. 샤프란을 활용한 육수 농도와 팬 전체에 쌀이 평평하게 펴지도록 조절하는 것이 완성도를 결정합니다.
샤프란과 육수의 황금 비율
빠에야의 아이덴티티는 단연 황금빛 색감과 특유의 향기입니다. 진정한 정통의 맛을 구현하려면 반드시 샤프란이 필요합니다.
따뜻한 육수에 샤프란을 미리 우려내면 색과 향이 훨씬 진하게 배어 나옵니다. 육수의 양은 쌀 양의 약 2.5배에서 3배 정도가 적당합니다.
팬의 크기에 따라 수분 증발량이 다르므로 처음부터 모든 육수를 붓지 말고 80% 정도를 먼저 투입하여 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해산물을 활용할 경우 조개나 새우에서 나오는 감칠맛이 육수에 더해지므로 간은 평소보다 약간 강하게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샤프란을 구하기 어렵다면 파프리카 가루를 활용해 색을 낼 수는 있으나, 그 풍미까지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소카라트, 바닥의 누룽지를 만드는 화력 조절
빠에야의 완성은 바닥에 눌어붙은 얇은 누룽지 층인 '소카라트'에 달려 있습니다. 쌀과 육수를 모두 넣은 뒤에는 쌀을 평평하게 펴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절대 숟가락으로 쌀을 뒤섞지 마십시오. 중간에 쌀을 뒤집으면 전분이 끈적하게 배어 나와 죽처럼 변하기 때문입니다. 팬 전체에 재료를 골고루 배치한 뒤 강불에서 끓이다가 육수가 잦아들면 불을 약하게 줄입니다.
마지막 2~3분 동안 불을 살짝 높여 팬 바닥에서 타닥타닥하는 소리가 들리도록 하면 정통 방식의 누룽지가 만들어집니다. 이때 고소한 향이 올라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정용 팬에서 실패 없는 재료 배치
전문점에서 사용하는 빠에야 팬과 달리 가정용 팬은 깊이감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쌀이 한곳에 뭉치지 않도록 넓은 전골팬이나 코팅이 잘 된 프라이팬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해산물은 조리 시간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새우나 관자는 너무 오래 익히면 질겨지므로, 쌀이 80% 정도 익었을 시점에 위에 올리는 것이 좋습니다.
홍합이나 조개류는 육수를 부을 때 함께 넣어 자연스럽게 입이 벌어지도록 연출합니다. 마지막으로 불을 끈 뒤 뚜껑을 덮거나 알루미늄 호일을 씌워 5분 정도 뜸을 들이면 쌀알 속까지 고르게 익어 더욱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정해진 레시피보다 본인의 팬 환경과 화력을 파악하는 과정이 빠에야 도전의 성패를 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