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고 남은 와인, 싱크대에 버리기 전에 기억해야 할 것
냉장고 구석에 개봉된 채 방치된 와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산화가 진행되어 원래의 풍미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시큼하게 변해버린 와인을 그냥 마시기에는 곤란하지만, 이를 그대로 버리는 것은 아까운 일입니다.
프랑스와 북유럽 등지에서 추운 겨울철 즐겨 마시는 뱅쇼는 이러한 애매한 상태의 와인을 구원하는 가장 완벽한 해법입니다. 단맛이 부족한 저가 와인이나 코르크를 딴 지 이틀이 지난 레드와인 모두 훌륭한 재료가 됩니다.
과일의 유기산과 향신료의 알싸한 향이 어우러져 와인의 떫은맛과 쓴맛을 완벽하게 상쇄시키기 때문입니다.
마시다 남은 와인에 오렌지, 레몬, 사과 등 각종 과일과 시나몬스틱, 정 cloves 같은 향신료를 넣고 약불에서 20분 이상 뭉근하게 끓여내면 향긋한 뱅쇼가 완성됩니다. 알코올을 취향에 맞게 날리거나 살려 따뜻하게 즐기는 홈카페 음료입니다.
뱅쇼 맛을 좌우하는 과일과 향신료 조합의 정석
기본적인 재료 구성은 레드와인 1병 기준 오렌지 1개, 사과 반 개, 레몬 반 개, 시나몬스틱 2개, 정향 3~5알 정도가 적당합니다. 과일은 껍질째 사용하므로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이용해 표면을 깨끗하게 세척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농약을 비롯한 이물질을 제거해야 쓴맛이 우러나지 않습니다. 사과는 얇게 저미고, 오렌지와 레몬은 원형 모양을 살려 썰어줍니다.
시나몬스틱은 가루보다 통향신료를 써야 국물이 탁해지지 않고 깔끔한 맛을 냅니다. 여기에 취향에 따라 팔각이나 생강 편을 소량 추가하면 깊고 풍성한 스파이스 향을 더할 수 있습니다.
실패 없는 냄비 조리 과정과 불 조절 디테일
깊은 냄비에 손질한 과일과 향신료를 먼저 깔고 와인을 부어줍니다. 설탕이나 꿀은 와인의 당도에 따라 조절하되, 비정제 설탕이나 메이플 시럽을 쓰면 은은한 단맛을 냅니다.
처음에는 센 불로 끓이되, 기포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반드시 가장 약한 불로 줄여 20분에서 30분간 뭉근하게 끓여야 합니다. 팔팔 끓이면 와인의 향이 모두 날아가고 쓴맛만 남으므로 은은하게 훈연하듯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알코올 성분을 완전히 날려보내고 싶다면 뚜껑을 열고 10분 정도 추가로 가열하고, 약간의 훈기를 느끼고 싶다면 조리 시간을 15분 내외로 단축하는 편이 좋습니다.
끓인 직후보다 맛있어지는 숙성과 보관 요령
완성된 뱅쇼는 면포나 고운 체에 걸러 과일 찌꺼기와 향신료를 걸러내야 깔끔합니다. 갓 끓여냈을 때 마시는 것보다, 불을 끄고 냄비 채 식힌 뒤 냉장고에서 반나절 이상 숙성 과정을 거치면 과일의 과즙과 향신료의 풍미가 완벽하게 동화됩니다.
마시기 전에 잔에 부어 가볍게 데워 마시면 깊고 진한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할 경우 일주일 동안 두고 마실 수 있어, 손님이 찾아왔을 때 대접하기에도 손색없는 근사한 홈메이드 음료가 됩니다.